FDA 전문약과 일반약 사이 ‘처방없는 처방약’ 도입

미국 FDA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중간에 있는 새로운 분류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한 사용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면 처방의약품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현지 시간으로 지난 27일 ‘전문약에 대한 소비자접근성 향상을 위한 혁신제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FDA에서 공개한 내용에서 핵심은 일부 전문약의 비처방화다. 

최근 셀프메디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건강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일반의약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공적 의료체계가 부족한 미국의료시스템상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미국에서는 처방약을 의료전문가의 도움없이 소비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약물오남용 및 이상사례 발생위험이 있는 만큼 FDA에서는 소비자가 의약품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추가조건을 둘 예정.

예를 들면 구매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어플리케이션이나 자동응답시스템(ARS)를 통해 스스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전문약을 구매 또는 추가구매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소비자는 의료인의 감독 및 처방없이 전문약 사용을 승인받을 수 있다. 

물론 해당방식은 예시일 뿐이며 FDA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규정은 두고 있지는 않다. 분명한 것은 환자의 약물복용시 안전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책임은 제약사에게 부여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FDA에서는 ‘처방없는 처방약’의 허가과정에서 ‘의약품표시기재’는 물론 ‘환자안전 검증계획’을 유심히 살펴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120일간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규정을 확정하는 데 결정적인 판단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입장에서 조건이 다소 까다로워 보이지만 사노피의 경우 릴리로부터 판권을 확보한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타다라필)의 비처방의약품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알리스는 약효시간이 36시간으로 길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전립선암 수술을 받았거나 전립선비대증, 심한 발기부전 증상이 있는 환자의 치료를 위해 1일 1회 복용하는 이른바 ‘데일리요법’이 시행되고 있다.

사노피는 실제사용시험(Actual Use Trial, AUT) 등의 임상을 추진하는 도중 프로토콜에서 이상이 생기면서 FDA와 논의를 진행하고 재개를 추진하고 있다. 120일 이후 구체적인 조항이 정해지면 AUT를 재정비해 임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처방없이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제품이 미국에서는 ‘비처방화’가 추진되고 있는 모습이지만 보장성 강화로 보험재정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만성·경증질환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사용해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ㄱ약사는 “비대면 진료도 대두되는 상황에서 리필처방전 등의 도입도 정부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면서 “비처방약물 전환대상 성분 지정도 고민해볼 수 있겠다. 특히 국내의 경우에는 가까이에 약국이 있기 때문에 환자안전을 모니터링하기가 더욱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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